본문 바로가기

성명서보도자료

수질오염총량관리제 - 개발 규제 완화를 위한 꼼수인가?




지난 9월 29일 의왕시청에서 수질오염 총량관리 시행계획에 대한 중간보고회가 있었습니다. 발표를 맡은 경기개발연구원의 이기영 박사는, 경기도가 수립하고 환경부장관이 검토 승인한 진위천 수질오염총량제 기본계획에서 궁안교에서의 목표수질이 BOD5 6.6mg/L이고 의왕시 할당부하량이 618.3kg/일인데 인구, 축산계, 산업계, 토지계와 삭감계획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오염부하량 현황과 변화추이를 조사 및 계산해 본 결과 배출부하량이 기준연도(2010년) 458.1kg/일이고 목표연도(2020년)에는 617.6kg/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박사가 조사한 오염원부하량 현황과 전망에 대해 참석한 자문위원들이 몇 몇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들은 어떻게 할당부하량을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할당부하량을 정할 것인가였을 뿐 어떻게 수질을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라는 제도가 야기한 필연적 현상입니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기존의 농도규제방식을 대체해 배출 오염 총량을 규제하는 제도로 2010년 오염배출현황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목표수질과 그에 따른 허용오염부하량을 정해 하천 유역의 각 지자체 별 오염배출량을 규제합니다. 문제는 1)목표수질을 정함에 있어 유역별 수질과 하천생태를 기반으로 명확한 수질개선 비전과 방안을 반영하지 않으며 2)목표수질과 허용오염부하량 사이의 검증된 모델이 없고 3)의왕시 보고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각 지자체가 시행계획을 마련할 때 수질개선이 아니라 오염부하량을 과대산정해 개발에 따른 오염발생허용 확대에 혈안이 되고 있으며 4)실제 하천오염이 발생하고 있는 현장에서 규제가 매우 어렵고 5)기존 규제방식에 따르면 형평성이 없다는 이유로 청정지역에 대한 개발규제가 대폭 풀려 생태보존지역의 파괴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있습니다.

 

보고회에 참가한 환경부 관계자는 수질오염총량제가 선진적 제도라고 했지만 그가 제시한 근거는 “합리적인” 혹은 “환경보존과 규형을 맞춘” “규제완화”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과 같은 형태의 수질관리총량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고 나라마다 조금씩 제도가 다르며 실제 수질오염총량제의 두드러진 성공적 사례가 없습니다. 유럽의 경우 나라마다 조금씩 수질대책제도가 다르지만 EU내의 전수계에 대한 목표수질을 수생생태계적으로 2등급(good state)이상 적용토록 하는 EU지침(‘00. 6월)에 근거하고 있고 프랑스의 경우 단순히 이화적 지표(예:BOD 5ppm)외에 수생생물 지표종에 의하여 목표수질을 설정하는 등 목표수질을 수질 개선 전망 속에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목표수질을 정함에 있어 장기적인 수질개선 비전이 반영되고 과학적이고 검증된 방식의 산출제도가 필요합니다.

 

목표수질에 따른 허용오염부하량 산정에 있어서 검증된 모델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천유역마다 지형, 생태, 기후, 오염발생원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목표수질과 허용오염부하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모델은 하천마다 달라야하고 위의 변수들을 포함한 수많은 변수들의 수 년 동안의 데이터 축적과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정확도를 어느 정도 확보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는데 그런 과정도 모델도 없이 2020년까지의 수질을 결정하는 오염할당부하량을 정하고 이것만 만족시키면 된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검증된 모델에 의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할당부하량을 만족시켜도 목표수질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목표수질이라는 것은 빈말에 불과합니다.

 

실제 허용오염부하량이라는 것이 목표수질을 만족시키기 위해 산출되지 않고 개발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제시되고 있다는 것을 이날 보고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석한 오종민 교수는 왕송호수의 수질이 안 좋다는 것은 오염할당부하량을 높게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수질개선의 노력보다는 할당부하량을 높게 부여받아 수질개선의 비용을 줄이거나 또는 개발에 따라 발생하는 오염부하량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알려줍니다. 보고회에서도 할당부할량을 얼마로 할 것인가에 대해 시행계획을 제출한 의왕시와 수질을 관리하는 국립환경과학원과 한강유역환경청 등의 기관 사이의 쇼부(이는 보고회가 끝난 상황에서 관계자들 사이에서 실제 나온 단어입니다.)가 연출됐습니다. 보고서를 보더라도 이전 변화추이를 토대로 목표연도의 오염발생량과 배출량을 계산하고 있어 오염발생과 배출을 줄이려는 전망과 노력, 고민 없이 과거 변화추이에 맞춰 오염발생과 배출 증가를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오염부하량 할당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와 보고회 그 어디에도 수질개선의 의지와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또한 농도규제방식에서는 쉽게 오수의 농도를 측정해 하천오염을 규제할 수 있었는데 총량관리제에서는 아무리 높은 농도의 오수가 배출되고 있어도 규제가 쉽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일 년 치 할당오염량을 하루에 방류해도 할당부하량을 넘지 않으면 규제할 수 없으며 방류량을 제대로 검증하고 관리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천의 생물들은 하천으로 유입된 오염물질의 농도를 일 년 평균치로 환산하여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총량관리제를 선진 제도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률적인 농도규제는 오염원이 밀집한 경우에는 지나치게 무력하고 오염원이 희소한 경우에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되는 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오염원의 희소한 지역 즉 상류의 청정지역에 대해 개발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 수질오염총량제가 실시된 이 후 상수원보호지역에 골프장 등 심각한 오염원발생 시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오염원이 희소한 지역에는 수질이 깨끗한 만큼 희귀종이나 고유종 또는 멸종위귀종들이 많고 이를 보호하려면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수질이 깨끗하니 규제를 완화하자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수질개선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 제도가 아니라 규제 완화를 위한 꼼수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복잡한 모델을 도입하고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만 검증되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지는 제도입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실효성도 있고 또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도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농도규제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보충하는 것이 더 선진적인 제도라 생각됩니다. 유역별 생태에 따라 붕어가 사는 곳과 피라미가 사는 곳과 쉬리가 사는 곳의 규제와 관리를 차별화하고 생태 지표종에 따른 목표수질을 정하고 수질이 안 좋은 곳에 대해서는 장기적은 수질 개선 비전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계획과 방안에 따라 목표수질이 정해져야 합니다.

 

당장 수질오염총량관리제가 폐기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수질오염총량관리제에 의존해서는 왕송호수의 수질개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자체는 할당부하량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행정을 해야 합니다. 의왕시가 진정 왕송호수의 수질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쾌적한 친수활동을 보장하려 한다면, 수질개선비용을 줄이기 위해 혹은 개발에 따른 오염부하량을 확보하기 위해 할당부하량을 높게 부여받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수질오염총량관리제와 별도로 독자적인 노력을 하고 상시적인 수질모니터링과 수질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