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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수원촛불, 반도체 희귀병 산재 사망 노동자들과 쌍용차 노동자들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



2008년 촛불항재 이 후 매주 수요일 촛불 집회를 하고 있는 수원역, 151번째 수원촛불에 참가했습니다.

해가 떨어진 차가운 도시의 역 광장 한쪽에 마지막까지 백혈병과 거대 자본에 맞서 삶의 끈을 움켜쥐고 살았던 노동자의 분향소가 차려졌습니다.

"나를 잊지 마세요"

죽어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셀 수조차 없는 억울함들이 차가운 바람에 찢겨가듯 현수막과 함께 구멍난 심장이 되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행인이 많이 오가는 길 옆 가판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가판 옆으로 행인의 발걸음에 맞춰 조중동 종편을 비롯한 이 사회의 고약한 냄새나는 것들과 노동자들의 한 맺힌 사연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봐 달라고, 들어 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집회가 시작되고 영상에 얼굴을 비친 고 황유미 노동자의 아버지는 딸이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 "회사와 싸워 이길 자신이 있다면 싸워보라"라는 말을 듯고 "대기업이 일하던 노동자의 질병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지 어떻게 나더러 회사를 싸워 이기라 하냐"며 참담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이 유령처럼 무내 앞으로 천천히 나오더니 힘없이 쓰러집니다. 그러자 다시 하얀 유령 하나가 스르르 뒤를 이어 나타나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먼저 쓰러진 하얀 영혼 앞에 떨구더니 똑같이 쓰러집니다. 그리고 또 다시 유령이 나타나 쓰러지고 또 나타나 쓰러지고...... 반도체 노동자들의 쓰러져 간 하얀 영혼들이 멈출 기색도 없이 점점 더 큰무덤을 이뤄 갑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퍼포먼스와 공연에 이어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삶의 영상과 쌍용차 노동자 한 분이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를 외치며 70여일 공장에 갇혀 호소하고 절규했지만 정부와 자본은 헬기를 띄워 화약무기를 떨어뜨리고 경찰특공대를 침투시켜 노동자들을 모둥이로 때려잡고 살상무기 테이저건을 쏘아댈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잔인한 폭력은 공장 농성이 끝나고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벌써 14분이 자살, 심근경색, 뇌출혈로 운명하셨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와 공황장애로 노동자들과 가족은 하루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 하고 있습니다.

1년 뒤 복직시켜주겠다던 쌍용차 측의 약속만 믿고 막노동을 전전하며 버티던 노동자들은 기약없는 삶에 지쳐가고 이제 한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이처럼 죽어나가야 할까요. 노동자들은 세상에 필요한 물건과 풍요를 만들어내면서도 생산과정에서 손에 묻히고 있는 화학약품이 무엇인지, 발암물질인지 아닌지 알 권리도 없이 시키는대로 일하다가 쓸모없어지면 정리해고 당하고 병에 걸리면 버려지는 신세입니다.

3.8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여성노동조합 활동가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103년 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리며 "세계 여성의 날"이 시작됐지만 지금도 여성의 80%가 비정규직이고 임금과 노동조건의 차별을 받고 있으며 4명 중 3명이 직장내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도 회사는 성폭력 가해자에게 징계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문란하게 했다며 오히려 피해자를 징계 해고하는 일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3월 12일 수원역에서 있을 경기 여성대회에 참석해 줄 것을 호소하며 발언을 마쳤습니다.

사회자는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의 마지막 발악처럼 지금 우리의 고난이 그렇다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봄은 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