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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환경산행, 삼성산 자락에서 한 해 동안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 올려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봄이지만 올라간 기온에 비례해 늘어난 수만큼 관악역 앞은 등산객으로 북쩍이고 있었습니다.  

장자님과 수선화님 그리고 타오님과 최화룡님이 벌써 도착해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당이님과 후리지아님이 당도하고 바로 산으로 향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역에서부터 걸어서 갔을 테지만 이 날은 시산제에 쓸 짐이 있어 차로 경인교대 앞 주차장까지 이동했습니다.

짐을 나눠 들고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길을 따라 걷노라니 채석으로 깎여 나간 삼성산의 옆구리를 끼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 옵니다.

작년 산에서 실종 된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길을 잃으면 능선을 따라 걸으면 길이 자꾸 갈라져 헤매게 되니 계곡을 따라 내려와야 된다하고 또 계곡을 따라 걸으면 벼랑을 만날 수 있으니 위험하다고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고갑니다.

작은 내를 건너 타오님이 시산제할 장소로 점찍어 뒀던 곳에 이르니 이미 다른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획을 바꿔 청소를 하면서 시산제에 적당한 장소가 나오는 데가 나올 때까지 오르기로 했습니다.


시작부터 쓰레기들이 계곡을 따라 넘쳐납니다.

역시 경치가 좋고 앉아 놀기 좋은 곳일수록 쓰레기들이 많습니다.

쑤셔넣기도 쉽지 않았을 바위 틈에서 약올리듯 자꾸만 얼굴을 내미는 술병과 비닐 봉지들이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소리에 심취하는 데 훼방 놓습니다.

얼마 오르지 못해 쓰레기 봉지들이 찼고 우리는 쓰레기로 가득하던 곳을 치워 시산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저마다 조금씩 가져온 떡과 과일을 제물로 올리고 막걸리를 제주 삼아 제단을 차리고 그 옆으로 등산 가방을 진열했습니다.

모두 함께 산악인의 선서를 하고 올 한 해 무사히 환경산행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절을 세 번 해야 하는 지 두 번 해야 하는 지 설왕설래 속에 서툴지만 정성만큼은 가득한 시산제를 올리고 제사 음식을 나눠 먹습니다.

한 입 베어 씹는 사과의 아삭하고 시원함과 함께 오손 도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산은 찾는 사람의 얼굴마다 미소의 기운을 불어넣고는 다시 찾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합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흙과 나무와 낙엽과 물 냄새가 코 끝에서 맴돕니다.

짐을 정리하고 줏어 담은 쓰레기를 가지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올라 갈 때 시작한 시산제가 아직도 한창입니다.

최화룡님은 눈에 밟히는 쓰레기를 보며 들고 간 쓰레기 봉투를 기어이 채우겠다고 뒤쳐지더니 한 참 후에 봉투를 채우고 내려옵니다.

다시 주차장에 이르자 장자님이 전국에서도 이만한 경치가 흔치 않은데 라며 채석으로 잘려나간 산 허리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시산제로 짧게 진행한 청소에도 수거한 쓰레기가 너무 많습니다.

잘못 된 등산 문화에 대해 수선화님을 비롯해 저마다 쓴 소리를 합니다.

산행을 마치고 지난 번 산행 때 찾았던 녹두전 집을 다시 찾았습니다.

솥뚜껑 위에 부쳐 나온 변함없이 구수한 녹두전이 한 입 한 입마다 우리 일행을 행복하게 합니다.

4월에는 뾰족 뾰족 새순이 돋아나는 연두빛 산이 우리를 방길 테지요.

다음 산행은 4월 2일(토요일) 팔당호수 옆 예봉산으로 정했습니다.